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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文學 散策■ 「제37회」···순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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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79
  • 2026.10.30 20:23
 
▲ 정성수 원로 작가
 
 
 
순대국밥
 
 
(정성수 중견 시인)
 
사내는 삐거덕거리는 의자 끝에 저물어 가는 하루를 걸쳤다
창밖에는 가을비가 가라가라 내리고
어떤 사람들은 우산대를 바짝 추켜잡거나 웅숭그린 채
빗속을 화면처럼 스쳐간다
 
어둠이 스멀스멀 순대국밥에 떨어지고 있었다
한 촌로는 주린 창자를 채우고
젊은이 몇은
잔을 부딪치며 웃고 있었다
 
빈 잔이 잊었던 것들을 기억해 내고는
목구멍 깊숙이 쇠주를 털어 부었다
눈물 같은 쇠주가 사내의 명치끝에 걸려 숨을 막아도
누구하나 시선을 보내주지 않았다
 
감추어 두었던 꽃씨 한 봉을 그대에게 내밀지 못한
수줍은 시간들이
유리창마다 비웃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는 일 보다 눈물겹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눈물 몇 방울이 떨어지자 순대국밥은 식어 버렸다
돼지 창자처럼 꾸불꾸불한
허기를 채우려고
사내는 소태 같은 순대국밥을 꾸역꾸역 구겨 넣고 있었다
 
 
 
□ 정성수의 한 문장 □
 
재래시장 안쪽이나 뒷골목에 있는 순대국밥집은 낯설지 않다. 뚝배기에 순대를 비롯해서 삶은 내장, 소면, 돼지머리 누른 것에 돼지뼈를 삶은 육수를 부어 잘게 썬 파를 넣어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 순대국밥이다.
 
곁들여 먹는 부추겉절이야말로 세상의 어떤 반찬 보다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 순대국밥을 먹을 때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은 소주다. 소주 한 잔을 입에 떨어 넣고 안주로 먹는 순대 한 점은 말 그대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솔직히 순대국밥은 배고파 먹는 서민 음식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부폐집이나 회집으로 가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서민들이 갈만한 곳은 순대국밥집이다. 순대국밥집에는 서정이 있고 위로가 있다.
 
순대국밥을 앞에 놓고 권커니 잣거니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야 말로 서로의 땀내를 맡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소주 몇 병을 마시고 나면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포만의 배를 쓰다듬으며 바닥이 들어다 보이는 빈 뚝배기를 바라보면 고향집에 온 것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온기가 전해져 기분까지 좋아진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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